레플리카쇼핑몰 [기고]황사영 ‘백서’와 쿠팡의 ‘미국행’…외세에 기댄 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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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3-15 06:03 조회226회 댓글0건본문
그러나 백서의 내용은 단순한 신앙 고백을 넘어섰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서양 군함 수백 척과 무장 군사를 동원해 조선을 무력으로 굴복시켜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담고 있었다. 종교적 신념의 절박함이 조국을 외세의 말발굽 아래 두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훗날 가톨릭교회 역시 선조들의 순교 정신은 기리되, 외세를 끌어들여 조국을 위협하려 했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성찰의 뜻을 밝혔다. 아무리 목적이 고결해도 외세의 칼을 빌려 동포를 겨누는 행위는 역사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로부터 225년이 흐른 2026년 오늘,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현대판 백서 사건’을 목격하고 있다. 바로 유통 공룡으로 비대해진 쿠팡의 행태다.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특혜를 준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유통업계 역대 최대 규모인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규제였다.
문제는 그 이후의 태도다. 쿠팡은 잘못을 반성하고 국내 사법 절차를 통해 소명하기보다 노골적인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 연방 로비 공개 기록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5년간 156억원(약 11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워싱턴 정치권 로비에 사용했다. 나아가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호도하며 국제투자분쟁해결절차(ISDS) 중재 의향서까지 제출했다.
더 나아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청원해 대한(對韓) 보복 관세의 명분을 만들려 했고,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읍소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200여년 전 황사영이 은밀히 보냈던 비단 편지가 오늘날 워싱턴 백악관과 의회에 전달되는 ‘항의 서한’으로 되살아난 듯하다. 자국 시장의 규제를 피하려 한·미 통상 마찰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 쿠팡의 행태가 과거 황사영의 위험한 발상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엄밀히 따지면 쿠팡의 죄질이 더 고약하다. 황사영에게는 핍박받는 신도들의 ‘생명’이라는 절박한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쿠팡에는 ‘기업의 탐욕’과 ‘독점적 이익 사수’라는 동기만 남아 있다. 제 잘못이 드러나자 미국 정부 등 뒤에 숨어 조국의 규제 당국을 압박하는 모습은 개탄스럽다.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뉴욕 기업’이라 자부할지 몰라도, 뿌리와 사업 터전은 분명 대한민국이다. 수많은 노동자가 땀 흘리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성장한 기업이다. 국내법을 어겼다면 국내법 테두리 안에서 당당히 다투면 될 일이다.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기대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경제 주권 침해’이자 강대국에 기대는 현대판 사대주의의 망령이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지만, 지켜야 할 법과 도덕에는 경계가 있다. 정부는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지만 자본의 힘만 믿고 법치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까지 용납하지는 않는다. 쿠팡은 외세를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흔들려는 ‘21세기판 백서’ 작성을 즉각 멈춰야 한다. 조국과 소비자를 등지고 외세에 기대는 꼼수를 고집한다면 역사는 쿠팡을 ‘혁신 기업’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경제 주권을 흔든 장사치’로 기록할 것이다. 신뢰를 잃은 기업에 미래는 없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한 달 넘게 늦어지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후임 대법관보다 차기 대법원장에 더 이목이 쏠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른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법원 내에선 ‘이미 사법개혁 3법이 통과된 마당에 어떤 대법원장이 오든 구원투수가 되긴 글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과 정부·여당과의 대치 국면이 길어지자 법조계에선 차기 대법원장이 누가 될 거냐는 하마평이 벌써부터 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3개월가량 남았다. 조 대법원장은 70세에 정년 퇴임을 해야 해 대법원장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한다. 원래도 짧은 3년6개월의 임기는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른 ‘레임덕’을 맞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후임 대법관보다 다음 대법원장이 누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다음 대법원장이 임기 6년을 온전히 지낸다면 대법관 22명을 임명 제청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방선거에서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대법원장과 정치권의 교착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서 새 정책을 추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정책도 임기 말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뒤 사법농단 사태를 거치며 축소됐던 대법원장의 인사·행정권을 복원했다. 그는 취임 직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를 폐지하고 법관 인사제도를 새롭게 개편했다.
법원장 추천제는 각급 법원의 법관이 투표를 통해 추천한 후보 2~4명 가운데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 인사의 민주성을 살리고 대법원장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력 있는 법관 대신 ‘인기투표’를 통해 법원장을 선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각급 법원 소속 판사로만 법원장 추천·보임이 가능해 지방법원장 보임이 막힌 고법 부장판사들의 인사 적체 불만이 쌓였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뒤 법원장 추천제를 폐지하고 고법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임기 내 법관 인사를 통해 고법 부장판사들을 지방법원장으로 단계적으로 보임해 인사 적체를 해소해왔지만 이런 인사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법원행정처 규모도 꾸준히 늘려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원행정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의 레임덕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애초에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는 “이번이 좀 이르긴 하지만 차기 대법원장 후보에 관한 얘기는 대법원장 교체기에 늘 나왔다”며 “레임덕이 있다고 보기엔 일선 판사들에게 미치는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애초에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새 대법원장이 누가 되든 이미 사법개혁 3법 시행을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 지방 법원의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외부적 영향력이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차피 사법개혁 3법이 시행되는 마당에서 새 대법원장이 사법부 자체를 뭘 얼마나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교육과 청소년 문제는 뒷전인 듯하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정책도 없고, 이재명 대통령의 그 많은 SNS 메시지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고등학교 입학생이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화재 발생과 교육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사교육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강남의 낡은 아파트에 이사와 참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경기 김포에 사는 지인은 주말마다 대치동 학원까지 고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왕복 100㎞ 길을 운전한다. 주당 50시간 넘게 일해 월 300만원을 버는 또 다른 지인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영어·수학 과외 등으로 120만원을 쓰고 있다. 부모는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과도한 학습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
교육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공공재다. 사사로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학교 수업 보완재로 출발한 사교육은 이제 공교육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야기하고 집값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며 “정부를 이기려 하지 말라”고 했다. 사교육 시장에도 이런 경고를 보내고, 공교육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는 없을까. 이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돈이 마귀”라고 해도 ‘4세 고시’나 ‘초등 의대반’이 있어선 안 된다.
교육계 최대 현안은 학생 자살을 막는 일이다. 정부 자료로 2015년 93명인 학생 자살은 2024년 221명으로 늘었다. 2025년 상반기엔 180명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경북의 한 경찰관이 자살을 시도하던 10대를 구했다. 아파트 11층 복도 창문에 걸터앉아 있던 아이를 설득해 돌발 행동을 막았다. 이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학생이 하루 20명에 이른다. 2021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자살·자해 시도를 한 학생이 3만1811명이다. 시도교육청이 각 학교에서 보고받은 행정 데이터를 보고 산출한 수치이니 학교가 파악하지 못했거나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사안, 학교 밖 청소년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모든 산재 사망 사고를 최대한 빨리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직을 걸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학생 자살 문제도 산재처럼 직접 다뤘으면 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전국의 교육감들을 불러 특단의 지시를 내리고, 사건 발생 즉시 직보를 받는 것이다. 이번처럼 학생을 구한 경찰관이나 시민에게는 상을 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장년과 노인도 많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죽음과 앞날이 창창한 어린 학생의 죽음은 성격이 다르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학업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이 핵심이다. 사회적 타살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청소년 관련 사안이 하나 있다. 현재 14세인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기준 나이를 낮출지 2개월 안에 쟁점을 정리하라고 주문한 일이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포화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비행 청소년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할 일은 아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가족·학교·지역사회를 엮어 튼실한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더구나 시한을 못 박아 밀어붙일 일은 더욱 아니다.
교육도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먹사니즘’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의 무관심이 의도된 것이라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정책의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교육을 일거에 잠재우는 비법이 없고, 학부모와 학생들을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대학입시안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교육 주체들도 안다. 그래도 국민 삶과 직결되는 중요 현안엔 정책 결정권자가 구체적인 대책과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교육 제도 자체가 위기이고, 교사들도 힘들다. 교권 추락과 박봉으로 교직은 극한직업이 됐다. 20·30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심지어 목숨을 끊는 교사들도 있다. 새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유가와 환율, 사법·검찰 개혁 등 신경 써야 할 사안이 많겠지만, 이 대통령은 학교에 한번 가시라. 학생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교사들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보고 듣고 오시라. 어려워도 교육개혁 시도와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학생과 교사를 한 명이라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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